한국에서 미국에 바로 취업하는 것은 힘들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 분야는 생각보다 쉽게 취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J-1인턴비자를 이용하여 미국 내 그래픽 디자이너가 필요한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올린, 피아노, 혹은 첼로와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 전공자라든지 순수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미국에서 돈을 벌면서 활동을 하기 원한다면 J-1인턴비자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고려할 수 있는 것이 O-1비자이다.

O-1비자는 "예술가 비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예술을 하는 분들이 많은 혜택을 보는 비자이다. O-1비자는 해당 예술 분야에 뛰어난 능력 (Extraordinary Ability)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주는 취업 비자이다. 4월에 신청이 가능한 H-1B 취업비자와 달리 일년 중 어느 시점이나 접수가 가능하다. H-1B 취업 비자처럼 스폰서를 한 회사에만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시를 통해 비자를 받는 경우 자유로운 미국 내 활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그림작업으로 전시회를 하면서 미국 내 미술 학원에서 강사로 일을 하고자 한다거나 미국에 있는 학생들에게 악기 과외를 하면서 여행을 다니고 싶은 자유로운 생활을 원한다면 O-1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적정임금 (prevailing wage)가 없기 때문에 고용주와 임금에 대한 협상도 가능하다. 더구나, O-1비자의 경우, 한 번에 3년까지 체류가 가능하며 무제한 연장이 가능하다. 

이민 변호사로서 진행한 많은 케이스들이 한국에서 미술 혹은 음악 학사를 전공하고 미국에 석사로 유학을 오는 유학생 혹은 경력이 비교적 짧은 신예 예술가들이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F-1 학생 비자를 생각하지만 F-1 학생 비자는 공부하는 동안 미국 취업이 용이하지 않다. 학교 캠퍼스에서 취업은 가능하나 학교 캠퍼스 취업은 매우 제한적이다. 대학원생의 경우 조교 (Teaching Assistant)를 할 수도 있지만 포지션이 많지 않다. 학교 밖에서 취업은 따로 OPT나 CPT같은 취업 허락을 받아야 하고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매우 제한적이다. 더구나 예술 전공자인 학생들에게 가장 큰 수입원인 과외 같은 경우에는 불법으로만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O-1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 학교에서 공부가 가능하며 동시에 학교 밖에서 일하는 것도 가능하고 심지어 과외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또한 학생비자와 달리 미국 거주기간을 인정받기 때문에 주립 대학교의 경우 일정 기간 이상 O-1으로 지내면 등록금에 있어 혜택을 받는 경우도 있다.

또한, 유학생이 아닌 신예 예술가인 경우에도 미국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라면 프리랜서로 여러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며 미국을 여행하고 싶다면 일정 기간 일을 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O-1비자를 받기 위한 기본 조건이 되는 "뛰어난 능력 (Extraordinary Ability)"는 어느 정도 수준의 능력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주관적이다. 예술에 있어 "뛰어난"을 정의하는 것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민 변호사로 진행했던 케이스를 몇 가지 생각해보면 "뛰어난"은 "어떤 변호사를 고용하는가"로 좌우된다는 생각이 드는 적도 많았다. 

예를 들어, A양은 한국에서 경영학 전공자였으나 비디오 예술에 관심이 많아 학교 재학기간 내내 예술 활동을 하였고 1차례 작은 전시회를 하였다. 또한, 작품이 페미니즘을 다루고 있어 페미니즘과 관련된 축제에 1차례 초청된 적이 있었다. 전공이 예술이 아니라는 한계 때문에 A양은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미국에서 활동을 해보고자 했으나 취업이 쉬운 예술 분야도 아니었고 경력도 짧았다. 우리는 A양의 비디오 예술이 매우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준다는 내용으로 A양의 예술을 이민국에 소개했다. 숫자는 적었지만 전시회에 축제에 초대된 점을 부각했고 이 케이스는 바로 승인되어 A양은 현재 미국에서 활동중이다. 

또 다른 케이스에서 B군은 그래픽 디자인 전공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한국 대기업의 몇 개 프로젝트를 프리랜서로 한 적이 있었다. 공모전에도 출전을 했었는데 수상은 못했지만 finalist로 이름을 올렸다. 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고자 했던 B군은 학비에 대한 걱정으로 미국에서 일을 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 케이스에서 우리는 비록 B군은 학생 신분이었지만 프로젝트의 수준이 매우 높았고 수상은 못했지만 공모전 자체가 매우 경쟁이 치열한 편이어서 finalist도 매우 훌륭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이민국의 O-1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B군은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미국에 있는 한국계 미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O비자는 미국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예술 전공자들에게 예상치 못했던 기회를 주기도 한다.  O-1이 주는 기회들을 꼭 고려해보기를 바란다. 

류지현 변호사 jryu@ryulee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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